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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비만의 주범(?)
김이환
2009-03-12 7520
비만의 책임이 광고 때문인가?

한국광고주협회 김이환 상근부회장/언론학 박사

  2008년 개봉된 애니메이션 월E. 인간들은 황폐화된 지구를 떠나 노아의 방주와 같은 엑시엄호에서 생활한다. 먹는 것에서 청소하는 것까지 모든 것을 로봇들이 대신해준다. 영화속 인간은 혼자의 힘으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뚱뚱하다. 

  2009년 대한민국도 뚱뚱한 아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성장기 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80%에 육박한다는 연구조사 결과도 있고, 비만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뇌출혈과 같은 성인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출산율이 낮은 상황에서 지금의 뚱뚱한 아이들이 자라 뚱뚱한 성인이 된다면 성인병 천국의 대한민국이 될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성장기 비만의 근본적인 원인은 에너지 섭취와 산출의 불균형이라고 말한다. 술래잡기 1시간에 500칼로리가, TV시청 1시간에 고작 15칼로리 정도가 소모된다. 에너지 섭취량은 많지만 소비할 수 있는 적당한 수준의 운동을 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의 비만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성장기 비만의 해법으로 정부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관련 식품의 방송광고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어린이 비만 요인을 하나씩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나 그 모양새가 눈이 있어도 망울이 없는 듯 보이니, 경기침체 및 여러 악재로 힘들어하고 있는 관련업계의 시름은 더욱 늘어만 가고 있다. 

  주5일제로 국민들의 여가시간은 증가하고, 웰빙 트렌드에 따라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기 비만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규명과 종합적인 대책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먹거리에만 집중되고 있어 그 실효성이 실로 의문이다. 

  영국은 국가비만 가이드라인을 정해 1차 의료에 비만치료를 포함시키고  과학적 근거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EU는 어린이에게 학교에서 과일과 야채를 무상으로 제공하기 위해 매년 9천만 유로(1천7백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은 ‘건강일본 21’을 발표하고 향후 3년내로 비만구를 10%, 6년후까지는 25%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업과 지자체에 매년 40~74세 직원들의 허리둘레를 측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까지 마련하였다. 

  먹는 것을 줄이는 것만으로 살을 뺄 수는 없다. 광고를 금지한다고 먹는 것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가장 쉬운 ‘광고금지’를 해법으로 제시하였다. 일부 유럽국가의 경우 관련 식품의 광고금지를 시행하고 있으나, 광고금지 이후 오히려 비만율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호주의 경우 광고금지와 비만의 상관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안 제정이 좌절되었다. JP모건의 보고서에 따르면 광고금지는 브랜드별 변별력을 줄여, 결국 브랜드자산 가치로 이어져 기업이 쌓아온 명성과 평판은 풍화작용처럼 천천히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성장기 비만 문제는 학교, 집, 사회 모두의 공동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먹을 것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비만을 해결할 수는 없다. 몸에 좋은 다양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10년 ~ 20년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현대의 소비자는 똑똑하다.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역량을 무시한 채 타율적이고 획일적인 광고에 대한 규제는 구시대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방송과 광고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것이라면 광고를 통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촉진시키는 캠페인을 민과 관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도 효율적일 것이다.  ‘밥먹기 전 물한잔 마시기’ ‘든든한 아침 먹기’ ‘자전거 등교’ 등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덜 먹고 더 움직일 수 있는 캠페인을 제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