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글로벌광고회사 진출 이유는?

2006.02.14 Views 7290

<한국 광고시장 진단 시리즈 1>

글로벌 광고회사의 광고시장 침투는 비합리적인 광고제도 때문이다
- 독점적 방송광고 제도 폐지와 광고수수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

서범석(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광고시장 개방은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국제간 서비스시장 개방이라는 차원에서 짧은 기간동안 급속하게 진행되었다.1984년 9월 주한 미 상공회의소에서 “Opening The Korea Advertising Industry"라는 한국광고시장 개방 요구서 공표 후, 1988년 1월 재무부는 외자도입 인가지침서에서 전문종합광고회사의 국내 합작 비율을 50% 미만으로 허용하였다. 그로 인하여 1988년 4월 금강기획이 국내 최초로 BSBW와 90:10의 자본금 비율로 합작사를 설립하였다. 1991년 1월에는 광고대행업에 100%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여, 외국 광고회사의 자회사 및 지사 설립이 허용되었다.
광고시장 완전 개방후 글로벌 광고회사의 국내진출 형식을 보면 초기 업무제휴 방식에서 독자적인 회사설립, 국내 합작회사 설립 형태에서 최근 들어 기존 광고회사의 지분참여를 통해 실제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의 예상을 뒤엎은 글로벌 광고회사들의 선전
글로벌 광고그룹의 국내 광고시장 진출을 보면  IPG 그룹의 맥켄에릭슨, FCB, Omnicom 그룹의 DDB, BBDO, TBWA의 시장진출, WPP 그룹의 JWT, 오길비앤메더, 영앤 루비컴 등이 있으며, 그 이외에 그레이 그룹, 퍼블리시스 그룹, 유로 RSCG 그룹 등이 있다.
최근의 글로벌 광고회사의 시장 침투를 보면 태평양계열의 동방커뮤니케이션이 BBDO에게 지분을 넘겨 BBDO동방으로, 한인기획이 FCB에 대주주권을 양보하여 FCB한인으로, DDB가 리앤디디비로, JWT가 애드벤처를 인수하여 JWT애드벤처로, 금강기획은 영국계 다국적 광고회사인 CCG에서 WPP그룹으로 넘어갔다. 코래드는 룩셈부르크 투자회사인 GMH로, 웰컴이 프랑스계 Publicis에 지분을 양도했다.
글로벌광고 그룹 중에서 국내 시장침투가 가장 활발한 회사는 WPP그룹으로 최근들어 애드밴처, 엘지애드, 금강기획을 인수하였다. 결국 10대 광고회사 중 순수 국내 광고회사로는 제일기획, 대홍기획, 오리콤 정도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제일기획은 외국계 자본이 주식을 잠식하고 있고, 대홍기획과 오리콤도 글로벌광고 그룹의 지분 인수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광고회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보면 1993년에는 약 3% 미만이었으나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1999년에는 13.1%, 2000년에는 33.3%의 급성장하였다. 2002년의 경우 50대 광고회사 중 약 49%를 글로벌 광고회사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상반기에는 국내에 진출한 WPP그룹이 광고매출액 기준으로 제일기획을 능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광고그룹으로 탄생하였다. 이제 국내 광고시장도 완전히 글로벌 광고그룹에 의해 장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초기 광고시장 개방과 관련하여 국내 광고시장의 특수한 상황인 사내광고회사(in house agency)의 강력한 견제로 인하여, 다국적 광고회사의 시장침투가 어렵다는 광고전문가의 예상은 완전히 무너지게 되었다.

전근대적인 광고관련 제도, 보장된 수익 그리고 먹이감으로 전락하는 한국광고시장
국내 광고시장에서 글로벌 광고그룹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광고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과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글로벌 광고 그룹간의 이익이 서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첫째,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투자비가 거의 없는 광고회사를 판매해 상당 금액의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 그룹 내 광고회사의 경우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어 차라리 외부광고회사에 의뢰하는 편이 마케팅전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경영환경의 투명화로 일부 비자금 확보의 채널로 활용하던 광고회사의 기능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넷째, 그룹내 광고회사의 경우 자체 경쟁력 상실로 수익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광고시장의 불확실성 속에 광고회사를 판매하여 개인적인 부를 축적하고, 일정기간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광고그룹의 국내 광고시장 침투의 이유는 국내 광고시장 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수익 면에서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좋은 환경은 국내 광고시장의 특수한 시장구조와 전 근대적 수수료제도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방송광고 독점으로 인하여 방송광고에 대한 11%의 수수료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치열한 국제 광고시장의 경쟁에서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확보함으로서 안정적인 광고회사 운영이 가능하게 해준다. 둘째, 국내 광고 산업의 수수료제도가 아직까지 광고 매체비용 이나 제작비 등 취급고의 일정비율을 서비스 대가로 보상받는 전 근대적인 커미션제도(commission system)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커미션제도는 인쇄매체와 기타매체의 경우 약 15%, 전파매체의 경우 11%의  매체비용을 광고회사가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일부 광고주로부터는 광고제작과 관련해 기획료와 아트워크 비용, 그리고 그에 따르는 수수료를 별도로 받기 때문에 매우 좋은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수한 방송광고시장의 독점적 매체환경과 수수료제도로 인해 다국적 광고회사는 국내 광고회사의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최적의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광고시장은 글로벌광고 그룹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략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글로벌 광고그룹은 방송광고에서 상당금액의 법적 수수료를 제공하는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존재를 강하게 지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글로벌 광고그룹의 국내 광고시장 진출은 국내 광고산업의 발전보다는 수익 극대화에 그 목적이 있다. 최소의 투자를 통한 최대의 이윤창조가 그들의 목적이며, 전 근대적인 광고 제도를 운영하는 국내 시장에서 수월하게 획득한 수익을 국내 광고산업을 위해 재투자하기 보다는 자국으로 송금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국내 굴지의 광고회사를 인수한 글로벌 광고그룹이 파격적인 배당을 통해 상당금액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글로벌 광고그룹의 경우 광고인력 양성에 있어서도 신입사원의 채용은 기피하고 국내 광고회사에서 양성한 경력사원의 충원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글로벌 광고회사 및 기업에 비해 국내기업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경우가 발생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기업의 경우 국내 매체상황에서 현실적 어려운 GRPs 기준의 매체 구매를 요구하여 이를 성취하였다고 한다. 이는 광고회사 내에서 글로벌 기업에 대해 특혜를 주는 형식으로, 그로 인하여 국내기업의 경우는 비효율적인 매제전략을 집행할 수밖에 없는 역차별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방송광고영업 독점폐지와 고정 수수료제도의 변화 서둘러야...
결론적으로 글로벌 광고그룹의 국내 광고시장 장악으로 인한 황폐화를 방지하고 광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방송광고 제도인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독점적 영업과 이에 따른 고정적 수수료 제도를 폐지하고 방송사에 의해 자율적인 방송광고 판매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국내 기업은 현재의 커미션제도에서 벗어나 광고주에게 서비스하는데 소요되는 광고회사의 비용과 시간에 의한 수수료 제도인 피제도(fee system)나 광고주가 사전에 합의한 목표가 초과 달성될 경우 광고회사에 장려금 등을 지급하는 성과급제도(incentive system)로 전환하여야 한다. 이러한 광고수수료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만이 국내 광고산업을 보호할 수 있으며, 광고주의 이익을 극대화 시켜주고, 광고의 질적인 향상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현재의 독점적 방송광고제도와 전 근대적 광고수수료 제도를 빠른 시간 안에 바꾸지 못한다면, 한국광고 시장의 제도적 허점을 찾아서 이익을 쫓는 글로벌 광고그룹이 끊임없이 국내 광고시장을 침투하여 초토화시킬 것이다. 그 후 글로벌 광고그룹은 광고회사 인수와 합병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고 시장을 유린한 후, 국내 광고시장이 정상적인 광고제도로 정착되면 소리없이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