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진흥법보다 규제개혁이 우선..

2003.04.04 Views 2740

광고진흥법은 민간자율 저해, 규제개혁이 먼저다

박효신 / 한국광고주협회 상무 (ladypark@kaa.or.kr)

국가가 진흥법을 제정하는 목적은 1) 특정 산업을 유지시킬 필요가 있는데 국가적 지원이 없이는 발전이 불가능한 경우(박물관 등)  2) 국가적 기반사업이 필요한 경우(정보통신 등)  3) 국외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특별 배려가 필요한 경우(농업, 낙농 등) 4) 미래 주력산업으로 발돋음하기 위하여 급성장이 필요한 신흥 산업 분야(IT산업 등) 5)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쟁력에서 낙후된 분야(문화, 영화 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진흥법의 핵심은 진흥기금과 그를 관장할 진흥원의 설치라 할 수 있다. 진흥법이 국가가 전략적으로 그 산업을 지원할 목적이기 때문에 진흥기금은 정부출연이나 복권판매 등 국가사회적 부담으로 마련하고 있다.

그러면 광고진흥법에서는 어떨까? 결국 기금은 광고계에서 조성될 것이다. 광고진흥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이 기금과 진흥원 설치 때문이다.

진흥법을 논하려면 먼저 우리 광고산업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우리 광고산업에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고 그 문제 해결 방법이 진흥법 아니고는 안되는 것일까? 광고산업은 진흥법이 필요한 어느 부분에 속하는가?  

우리 광고 산업은 결코 낙후된 산업이 아니다. 기술과 창의력이 존중되어야 할 산업이고 업계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산업이다. 단지 규제 및 제도가 잘못되어 있어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즉, 현재의 광고시장 문제는 시장의 왜곡에서 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 새롭게 진흥법을 만들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잘못된 법과 제도상의 규제를 풀고,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 나가면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산업 진흥을 위해 우선 우리가 추진해야 할 과제는 관련된 규제를 풀어보는 것이라 하겠다. 진흥법 제정을 통해 추진하고자 제시한 내용의 대부분은 현재의 규제가 철폐될 경우, 민간부문에서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개혁의 시대이다. 21세기에 20세기의 규제와 관행과 틀을 그대로 유지해 가겠다면 궁여지책으로 진흥법이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는 21세기에 맞는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한다. 기존의 틀을 개혁하는 것이 우선이지 진흥법은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 광고계가 처한 현실을 보자. 연간 1,200억원의 방송발전기금을 조성해 국가 재정으로 부담해야할 부문에까지 나누어주고 있다. 방송법은 아직까지 방송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를 규정하고 있고, 광고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방송법은 방송광고 판매대행의 국가 독점을 보장하고 대행사 수수료까지 통제하고 있으면서 한국방송광고공사는 매년 몇백억원의 잉여금을 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옥외광고쪽에서는 부산아시안게임지원법 등 필요할 때마다 특별법을 만들어 광고에서 기금을 징수하여 광고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방송발전기금이나 체육진흥기금이나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잉여금 등은 시장이 왜곡되지 않고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 민간 부문에 생산적으로 투입되어 어느 형태로든 재창출 될 수 있는 돈이며, 지금 진흥법을 통해 추진하려고 하는 사업을 이루어 내고도 남는 돈이다.

일부에서는 광고진흥법에 의해 설립될 광고진흥원(또는 광고재단)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이다. 단기적으로 볼 때 진흥법에 의해 얼마간의 필요한 돈을 받아 쓸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광고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기금중 일부가 학계를 비롯한 연구분야에 투입될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될 경우 정부 정책에 어긋나는 쪽의 지원은 배제될 것이 뻔한 일이다. 정부가 돈을 거두어서 나누어주는 시스템은 민간자율성을 점점 죽여가는 정책이다.

광고 진흥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왜곡된 시장을 바로 잡아 나가는 것이다. 즉, 정당한 경쟁을 보장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 광고산업을 진흥시키는 정책이라 생각한다. 진흥시킨다고 법을 만들어 결국 관련산업에서 돈을 거두어 정부가 나누어준다면 그것이 규제법이지 어찌 진흥법이겠는가? 정부가 광고산업을 진흥시킬 의지가 있다면 우선 각종 규제부터 철폐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