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시장원리와 공익성의 조화

2003.04.04 Views 3016

시장원리와 공익성의 조화


민병준/ 한국광고주협회 회장 (min6046@hanmail.net)

노무현 정권 출범이 한 달을 넘고 있다. 새 대통령이 천명하는 정치철학이나 인사 등을 볼 때 새 정권이 지향하는 방향은 짐작할 수 있다. 과거 정권부터 현 정권까지 정치 경제의 운용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즉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유지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원칙에 대한 실천방법은 과거와 다를 것 같다. 광고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염려되는 부분은 자칫 새로운 정책이 광고산업을 위축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시장경제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광고와 광고산업에 미칠 영향 또한 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KBS 창립 30주년 기념사에서 "이제 자본과 광고주로부터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언론개혁과 맞물려 광고부문에 공공과 공익개념이 지나치게 적용되다 보면 한국의 광고환경이 세계적 흐름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후퇴할 우려까지 있는 것이다.

광고와 광고산업은 자유시장경제의 윤활유이며 꽃이다. 광고는 시장을 원활하게 돌리는 역할을 하며 철저히 시장논리에 의해 움직일 때 그 꽃이 만개하게 된다. 광고는 기술적으로는 최첨단을 선도하고, 사회 문화적으로는 변화를 주도하며, 정신적으로는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특성을 지닌 분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랫동안 우리 나라 광고환경은 다른 어떤 곳보다도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심해 시장의 기능이 극도로 위축되어 왔으며, 그로 인해 산업으로서의 성장과 발전이 크게 제한되어 왔다. 그 이유는 광고를 전달하는 수단이 언론매체이기 때문이다. 광고의 시장주의 특성에 언론의 공공과 공익논리가 접목되면서 광고시장에 대한 규제는 정당화되어 왔다. 일부 언론학자들은 흔히 시장경제의 산물인 광고가 언론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시장원리와 공익성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광고는 언론의 재정부분을 담당하여 대중들이 언론에 쉽게 접하게 함으로써 언론의 공익성을 보장해주는 도구인 것이다. 언론사와 광고주와 시청자(독자)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이며 한 쪽의 이익이 다른 한쪽의 이익을 빼앗아 가는 관계는 아니다. 시장원리를 준수하여 매체와 광고의 효율성을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공익성을 추구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윈윈 방법을 가로막는 것은 일부에서 갖고 있는 광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만약 광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일부 시민단체 및 학자들이 광고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 눈을 돌린다면 언론의 독립성이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장을 잘 돌게 하는 방법은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해 우리 나라 4대매체 총광고비는 6조 7,000억원. 광고산업의 꾸준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광고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논리들은 곧 정부의 과도한 통제로 이어져 광고산업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하여 광고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기업의 마케팅 비용에 상당 부분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매체와 광고에 대한 관심이 공공성과 공익성의 최우선에서 시장원리와 공익성의 조화로 옮겨져야 할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규제법규나 제도에 대해 그 정당성 여부를 다시 한번 따져보고 언론을 개혁함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 잣대가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편협하지 않은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공공과 공익에 대한 개념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공공과 공익의 개념, 방송사와 시청자, 신문사과 독자, 그리고 광고주간의 순환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 오남용되고 있는 개념들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날 언론은 광고 없이는 하루도 존속할 수 없다. 신문과 방송은 광고로 인해 구독료나 시청료를 인하할 인센티브를 갖게 되며, 소비자들(구독자, 시청자)은 보다 저렴한 비용을 통해 언론을 접하게 된다.

지난 5년간의 언론과 광고정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변화는 있되, 발전은 없다고 요약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시장원리를 무시한 정치적 결정으로 일관하여, 광고계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 광고계에서는 방송광고판매 제도 개선, 방송광고시간의 탄력적 운용, 방송광고사전심의 폐지, 광고에 부과되고 있는 준조세 폐지, 광고관련제도 규제 완화 등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시민단체의 반발에 밀려 정책을 세우고도 실천하지 못한 채 결국 다음 정권으로 이관되었다.

국민들의 욕구는 매우 다양해졌다. 방송이나 신문의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정부정책이 국민들의 수준이나 기술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가 시장원리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우리 나라 언론의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답을 <시장원리와 공익성의 조화>에서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