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사업

[광고계의견] 실시간 검색어 페지 등

2018.04.25 Views 2998

네이버와 국회에 바란다

4월 25일, 네이버는 댓글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번 개선방안은 지난 3월에 발족한 ‘댓글정책 이용자 패널’과의 협의를 거쳐 마련했다고 하지만, 네이버에서 구성한 패널들이라 네이버의 영향권에서 얼마나 자유로울지 의문이다. 업계·학계·협회·언론사 등 관련 분야에 재직하지 않는 일반 이용자 20명으로 구성된 그 패널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대안에 합의했다 하더라도, 발표한 개선방안에 파격적인 내용이 있었다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발표 내용은 기대 이하이자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이에 광고계는 포털 개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실시간 인기 검색어(실검)를 폐지하라.

여러 언론사들이 뉴스 검색의 상단 노출을 위해 실검 키워드를 이용하여 뉴스를 중복적으로 양산하고 있음은 두루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실검은 뉴스 어뷰징을 유혹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일부 매체에서는 실검 전담 기자나 인턴까지 배치해두고 뉴스 어뷰징을 공공연히 자행해 왔다. 기성 언론에서도 ‘실검 기사’를 쓰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뷰징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구글의 경우에는 실시간 검색어 제도가 없고 야후도 키워드와 최신 뉴스를 연동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네이버를 비롯한 주요 포털은 언론사가 아닌 뉴스 유통사라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실검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실검뿐만이 아니라 뉴스편집 방식이나 연관 검색어에 있어서도 조작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네이버는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실검 제도를 폐지하기를 바란다. 자정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실검 폐지를 법률로 강제해야 한다.

둘째, 뉴스 유통을 인링크가 아닌 아웃링크로 개편하라.

네이버는 드루킹의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를 사용한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하여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뉴스를 클릭했을 때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는 ‘아웃링크’ 방식으로의 전환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분명 네이버가 현행의 인링크(포털 내부에서 기사 표출) 방식을 포기할 경우에 댓글 창 주변의 광고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구글을 비롯한 해외의 주요 포털은 아웃링크 방식으로 뉴스를 제공한다. 구글에서 뉴스를 클릭하면 구글 내부에서 기사가 표출되지 않고 자체 기술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저절로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넘어간다.

이렇게 되면 뉴스 이용의 통로가 다원화되며, 특정 포털을 이용해 댓글 공작을 하기도 어렵다. 네이버는 언론사의 고급인력인 기자들이 피땀 흘려 쓴 기사를 가지고 ‘뉴스 장사’를 하는 셈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다른 사람이 버는 격이다.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은 더 늦기 전에 구글의 정신을 배우기를 바란다. 네이버는 뉴스 댓글 노출 순서를 ‘순공감순’에서 ‘최신순’으로 변경하거나,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인공지능(AI) 기술로 추가 인증을 받게 하는 등 자잘한 방안을 발표했다. 이렇게 수동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뉴스 유통을 인링크가 아닌 아웃링크로 개편하는 네이버다운 통 큰 대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셋째, 뉴스유통사로서 책임을 강화하고 댓글을 폐지하라.

지난 2004년에 댓글 기능을 처음 도입했던 네이버는 2015년에 접어들어 공감 비율이 높은 댓글이 먼저 표출되도록 바꿨다. 이는 여론 형성을 위해 댓글을 조작할 수 있는 부작용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네이버는 1인당 동일기사에 댓글을 작성할 수 있는 한도를 3개까지로 줄이는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이는 미봉책인 동시에 드루킹 사태를 모면하려는 땜질 처방일 뿐이다. 개인이 뉴스 댓글을 작성할 수 있는 한도를 하루 3개까지로 줄인다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여론 조작의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댓글조작 논란의 원인은 뉴스를 포털이라는 울타리에 가두고 이용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포털의 행태가 그 이유라는 지적이 많다. 네이버가 매크로 시스템을 통해 댓글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댓글 장사’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 바이두 등해외 포털들은 아웃링크를 적용, 댓글은 각 언론사 사이트에서 관리하는 추세다. 여론 조작 재발 방지보다 자사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것은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라도 네이버는 댓글 시스템을 폐지하고 뉴스유통사로서의 책임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국회는 포털법의 제정에 더욱 박차를 가하라.

여론의 왜곡을 넘어 민주주의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포털 개혁은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국회에서는 포털 개혁에 관한 법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계속 처리되지 않고 있다. 포털 개혁은 당리당략에 따라 결정할 문제가 아닌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우리시대의 시급한 당면 과제다. 포털은 뉴스 유통의 90%를 점유함으로써 국민의 의식과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포털의 언론 행위에 대한 규제 방침은 법적으로 부재한 실정이다.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은 뉴스와 광고의 엄격한 분리 등 다른 언론들이 지고있는 책무와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동시에, 심지어 독과점 규제조차 받지 않고 있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자리매김한지 이미 오래되었다.

따라서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가 기사 배열에 있어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도록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기사배열의 기준 등을 규정함으로써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 포털의 뉴스 유통에 대한 책임, 기사 배열, 사업 영역 등을 규정하는 ‘인터넷뉴스 유통 사업자법(포털법)’을 신문법과 방송법과 별도로 제정할 필요가 제기되는 이유이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네이버를 비롯한 주요 포털에서 적용하고 있는 인링크 방식을 아웃링크 방식으로 전환토록 해야 한다. 이런 연후에 여론의 다양성과 균형성이 유지될 수 있으며 건강한 언론 생태계가 구현될 수 있다. 국회는 포털법의 제정에 더욱 박차를 가함으로써 국민들이 지지를 얻기를 기대한다.

 
2018. 4. 25

한국광고총연합회 회장 이순동
한국광고주협회 회장 이정치
한국광고학회 회장 이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