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안

[방송심의에관한규정]방송광고사전심의, 폐지되어야 한다

2004.10.25 Views 3830

현재의 방송광고심의제도는 2000년 1월 12일 법률 제6139호로 제정된 방송법에 의해 법적 정부규제의 기본 성격은 유지하면서 심의업무는 민간기구에 위탁하는 절충형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종전과 동일한 심의규정에 따라 사전심의 된다는 점에서 1990년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방송광고 사전심의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 및 출판의 자유에도 위배되며 나아가 국민의 알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다. 이미 광고와 유사한 영화의 사전심의도 이러한 이유에서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에 현재 한국광고주협회도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한국광고업협회, 한국광고영상제작사협회와 공동으로 방송광고사전심의에 대한 ‘집단 위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전심의제도의 도입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출현으로부터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설립되기 이전 정부는 사후심의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를 설립하면서 정부는 공공성을 빌미로 방송판매 대행권을 독점하는 것은 물론 방송에 대한 규제권한을 강화하는 등 정치적 판단으로 방송광고물을 사전심의로 전환하였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미디어렙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사전심의가 일견 매체의 자율적 사전심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 심의기능을 방송위원회로 이관하면서까지 사전심의를 유지하게 한 것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중대한 과오이면서 이를 간과한 당시의 광고계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그나마 2000년 통합방송법이 입법되면서 정부는 위헌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방송위원회의 사전심의 기능을 민간에게 위탁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의 통제와 간섭, 그리고 구성원의 무모한 공공성 입장견지로 민간위탁의 입법취지가 무색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방송위원회의 사전심의제도의 폐해가 개선되기는커녕 계속해서 잔존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광고자율심의기구는 사실상 방송위원회로부터 자율적 운영이 어렵다는 것과, 심의시스템이 과거 방송위원회의 심의시스템이나 심의요원이 거의 그대로 있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통합방송법 개정 이후 광고계는 광고자율심의기구를 통해 심의규정 등 여러 문제의 개선을 건의했다. 그러나 현 심의시스템이 우리나라의 경제수준, 광고산업발전속도 등을 따라오지 못하고, 오히려 광고산업의 발전과 경제발전을 억제하고 있다.

사전심의 위헌소송을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방송광고의 법적 사전심의 제도는 기업의 마케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행위이며 광고인의 창의적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종의 ‘검열행위’이다. 둘째, 방송프로그램은 사후규제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공익성 저해의 가능성이 낮은 방송광고 내용에 대해서는 사전심의를 적용하고 있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셋째, 다매체·다채널, 매체의 국제화 시대 등 매체량의 증가 및 국가간, 매체간 구분이 불명확해지고 있는 환경 속에서 종전처럼 경직된 법적 규제로 일관하기에는 양적으로,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정부의 사전심의가 폐지될 경우 업계는 다음과 같이 3가지 측면을 고려해 준비해야 한다. 첫째, 광고계 입장이다. 자율규제는 광고업계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점도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자율규제라고 해서 사후에 법의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주장은 아니다.

두 번째, 매체사의 입장이다. 각 매체는 자사의 설립이념이나 광고정책에 따라 광고를 게재 또는 방송해야 할 것이며 필요에 따라서 자체적 사전심의를 할 것이다. 이 경우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지게 진다.

셋째,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법에 의거, 사후 규제를 지속하면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시광고법, 방송위원회는 심의규정 등에 의해 정부 규제를 하면 된다. 광고계가 사전심의를 반대하는 것은 많은 경우 법규가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보다는, 뒤에서 쫓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가 빠른 광고업계는 그 폐해가 다른 분야보다 더욱 크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광고환경은 광고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들이 많이 정비되어 있어 굳이 사전에 검열을 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되는 광고는 사후에 얼마든지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더불어 광고모니터 등 사회적 통제기능을 통해 정화할 수 있을 만큼 사회적 역량 또한 많이 발전했다. 광고규제는 기업간의 공정거래와 소비자 보호라는 입장에서 필요하지만, 규제방법과 내용은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성숙도 등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